국민일보 제 3사단 22연대 GOP대대 짜장면 선교 보도

정성주 0 3,744

 

경기 광주 창성시민교회 ‘자장면 선교’ 11년째… 최전방 장병들 “제대해도 기억날 맛”

철원 3사단 GOP 대대서 장병 1100여명에 대접… 매월 2∼3차례 순회 봉사

경기 광주 창성시민교회 ‘자장면 선교’ 11년째…  최전방 장병들 “제대해도 기억날 맛” 기사의 사진
창성시민교회 자장면 선교·봉사팀원이 12일 강원도 철원 육군 제3사단 장병들에게 점심 식사로 직접 만든 자장면을 담아주고 있다.
윤인호(54) 집사가 춘장을 기름에 볶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한쪽에서는 오용남(65·여) 집사 등 예닐곱 명이 양파를 써느라 분주했다. 매운 기운 탓에 저마다 눈물이 맺혔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12일 오전 강원도 철원 육군 제3사단 GOP(일반전초) 대대 생활관의 주방 풍경으로, 이들은 모두 경기도 광주 창성시민교회(장제한 목사) 성도들이다. 이 교회 장로와 권사, 집사와 청년으로 구성된 일명 ‘자장면 선교·봉사팀’ 36명은 설 명절을 앞두고,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하고자 이곳을 찾았다.

반죽과 제면, 소스 만들기 등 일련의 작업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3시간이 넘는 조리 끝에 완성된 자장소스와 삶은 면을 차량 6대에 나눠 싣고, 경계근무를 위해 병사들이 머물고 있는 각 소초로 향했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기온과 살을 에는 듯한 바람 탓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의 얼굴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소초에서 맛본 자장면 맛은 어땠을까. 이승환 상병은 “자장면은 부대 밖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라며 “제대한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혁 일병은 “시중에서 파는 자장면보다 더 맛있다”며 “부모님 같은 분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자장면 한 그릇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자장면 선교·봉사팀은 이날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1100여명의 병사에게 자장면을 대접했다. 3사단 사단장 김운용 소장은 “휴일에도 명절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느라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병사들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배려해준 덕분에 장병들의 사기진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창성시민교회의 자장면 선교사역은 올해로 11년째다. 중화요리전문식당 주방장 출신인 윤인호 집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장제한(66) 목사는 “2004년 처음으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군부대를 찾아가 자장면을 대접했는데 당시 병사들이 기대 이상으로 행복해하는 것을 봤다”며 “비록 자장면 한 그릇이지만 이 안에 예수님의 사랑도 함께 담아 전한다면 가치 있는 사역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성시민교회는 이후 제면·반죽 기계 등 1억원 상당의 전문조리장비를 장만해 놓고 매월 2∼3회씩 자장면선교·봉사 사역을 하고 있다. 주로 찾는 곳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섬 지역과 군부대, 교도소, 시골교회 등이다. 적게는 200∼300명, 많게는 하루 8700명분까지 만들어낸 적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필리핀 타클로반을 방문해 현지에 머물면서 태풍피해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라우부대 장병들과 함께 피해지역 주민 1만명에게 자장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창성시민교회 김희선(59·여) 권사는 “자장면 선교를 통해 많은 분들을 대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도들이 사역을 준비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 역시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철원=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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